I-GS
이태원 근생 소수선
PSPTVS + LJL
2022
2023 Open
Client:
코너스톤브릿지
Photo by 노경
막다른 골목끝에서 : Blind Alley
때론 어찌할 도리가 없다.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여 차선을 선택하는 것. 건축물을 계획하면서 가장 마주치기 싫은 설계변경이란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해당 건물은 1969년에 준공한 연와조 주택으로 당시 용산구청장의 사택으로 지어졌었다. 지금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박한 벽돌 주택이었지만 신축 아닌 리모델링을 통한 개발을 해야하는 건축주 요청에 의해 다시금 공간의 재생과 그에 대한 가치를 논하는 기회가 되었다. 당초 계획안은 2개층을 증축하는 야심찬 안이었으나, 코로나19에 대응하여 도입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급격히 축소되며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급격한 금리변동과 함께 크고 작은 금융계 악재들이 터지며 건축주는 미리 자금 조달 협의를 해두었던 금융사로부터 추가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 개인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이었던 건축주는 이미 상당한 자본을 부동산 매입에 사용한 상태였기에 결국 공사예산은 당초의 1/4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초기 계획안에서 덜어낼 것을 고민하는 것보다 최소한으로 남길 것들을 고민해야 했고, 그런 상황에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건축주는 어쩌면 타절을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격상 그렇게 끝내기는 더 싫었기에 당초 계약했던 설계비도 삭감해가며 그 와중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존재의 의미를 증명해야 하는 묘한 외통수에 놓여졌다. 무언가를 더 증설하고 새로 넣을 여력이 없는 환경은 오히려 반대로 걷어내고 비우는 행위에 더 치중하게 만든다. 내외부벽체는 박피를 하듯 마감과 미장, 칠들을 걷어내며 오롯이 공간을 구성하는 날것의 물성을 드러내어 공간이 변모했던 흔적, 혹은 유적과 같은 층위를 노출시켜 다시금 공간이 늙어갈 수 있는 지속적인 가능성을 부여하였다.